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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Hood (2014) 리뷰

LiDARian 2024. 12. 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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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아닌 다큐

이 영화의 촬영 기간은 12년이나 된다고 한다. 그것도 1년에 한 15분 정도만 촬영했다고 하니 12*15 = 180분 = 3시간 정도의 분량이 나온다. 보이후드는 12년동안 동일한 배우들을 통해 필름에 담음으로써, 영화 자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린 아이인 메이슨이 성인이 되기까지, 어떻게 성장해가고 변하는지 보여준다.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 '비포 미드나잇'로 촬영한 유사한 형식을 단 한 영화에 담으려고한 링클레이터 감독의 의도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형식에 대한 감독의 의도는 아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놀란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실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흐름

영화 내에서의 자체적인 묘사로는 시간이 얼마나 흐르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생각보다 주인공의 외모가 각 씬마다 크게 변하는 것도 아닌데다가, 연출 자체도 각각의 씬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여서, 시간의 흐름을 구분하기 어렵게 해놓았다.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눈치채게 만들어주는 대사나 장치가 중간마다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크게 시간이 지나 배우의 외모가 바뀌어야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아래 장면이 1년이 지난 시점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자신이 인지하기도 어려울만큼의 순간들이 쌓여가는, 세월의 모습을 필름에 담고자하는 의도가 돋보였다. 물론 그저 1년에 15분만 찍다보니 15분마다 영화가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연출한 것일 수 도 있다.

사진을 찍다가
암실에서 현상하고 있는 씬으로 넘어가는데
이게 사실 이전 씬에서 1년이 지난시점이라고 한다...

메이슨의 아버지

인공인 메이슨보다, 메이슨의 아버지가 더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실제로 모습을 처음 보이는 장면에서는 굉장히 철없어보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그래도 애들하고 또 잘 놀아준다. 그리고 여기까지만 봐도 아이들이 웃는 장면들에는 항상 메이슨의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불안한 상태라는 것도 제일 먼저 캐치했다.
잘 놀아준다...

 

아들에게 차를 물려주는 소리를 했었다는 것도 나온다. 애들 생각은 하기는 한다는 것. 물론 차는 팔아먹었지만. 

'차가 가지고 싶다'가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이 남아있는 차를 계속 가지고 있고 싶다'였을 것이다. 그만큼 의지되는 사람이라는 의미.

 

그래도 자식들은 또 꼬박꼬박 챙긴다. 철은 없어보여도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는 셈.

메이슨의 16번째 생일에서 성경, 정장, 엽총을 선물해준다.

 

특히 메이슨의 성년 축하 파티에서는 역대 아버지(?) 중에서 유일하게 참석한다. 종합해서 보면, 메이슨의 아버지 역할을 했던 사람들 중 이 사람이 가장 정상인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자식의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중심 사건의 부재 & 감독의 말

이 영화 내에는 중심 사건이 없다. 또한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없으며, 등장인물의 정서나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굉장히 노력한다. 이러한 영화의 서술 방식은은 관객으로 하여금 어떠한 영화 요소에 집중하게 할 지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중심적인 사건이 없으니 인물들의 사적인 이야기나 정서의 묘사,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서술 방식은 영화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를 명확히할 시퀀스를 요구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그 설명을 제일 마지막까지 미룬다.

 

You know how everyone's always saying seize the moment?
I don't know. I kind of think it's the other way around, you know, like the moment seizes us.
흔히 있는 말 중에 '순간을 포착하라'는 말 알지?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 '순간이 우리를 사로잡는다'가 맞는 거 같아.

Yeah, it's a constant. Moments are always right now, you know.
맞아, 순간은 항상 있는 것이니까. 순간은 언제나 '바로 지금'인 거잖아.

 

어떻게 세월을 영화에 담을 것인가?

영화 자체에 특정한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기보다는, 세월이 쌓아올려지는 과정을 담고 싶었던 것이라고 봐야겠다. 여러모로 힙스터 감성이 넘치는 영화.

나가며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인생의 과정을 연출하고자한 이 영화는, 너무나도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를 담았기에 하나의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 공감을 얻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의 순간순간을 담아 어떤 모습이 되어가는지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Boyhood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이 이 영화를 장엄하게하며 또한 좋은 영화로 평가받게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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